IT/에세이2011/01/13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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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1.03
NHN, 네이버(Naver)와 한게임(Hangame)을 중심으로 수백 개의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한국 인터넷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으며,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회사이기도 하다.

세상은 강약과 선악이 필연적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강약은 비교할 객관적인 기준이라도 세울 수 있지만, 선악은 아무런 기준도 세울 수 없다. 주관적이기 때문에 한 사람마다 하나의 기준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통 강자는 수가 적고, 약자는 수가 많다. 그래서 강자는 동시에 여러 약자를 상대해야 하고, 그 영향력도 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해상충 과정에서 불만을 갖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들 하나하나는 강자를 악으로 평가하는 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인 예가 2000년을 전후해서 10년 가까이 최강자로 군림했던 소프트웨어 회사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다. 마이크로스프트는 끼워팔기, 경쟁회사나 될성 싶은 회사 죽이기, 여론조작 등 악이라 불릴만한 행위도 많이 하긴 했지만, 한 것보다 더 강하게 비판받은 것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위치에 있는 인터넷 공룡, NHN은 어떨까? 물론 내 주변엔 NHN에 상대적으로 약자인 분이 많으므로 그 시각이 더 많이 반영되겠지만... 최대한 객관적으로 살펴보자.

1. 네이버가 우리에게 준 것은 무엇인가?
세계적인 검색 서비스인 구글(http://www.google.com/)은 기술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그 기술로 진출한 국가마다 평정해왔다. 그런데, 구글이 전세계에서 유독 어려움을 겪는 나라가 중국과 우리나라다. 중국은 정치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것이므로 논외다. 그럼, 우리나라에서는 구글이 왜 어려움을 겪는 것일까? 기술적 문제가 있거나 마케팅을 안 한 것일까? 그러나 구글 담당자 말대로라면 우리나라에서도 2005년 경에 3000억 원 정도를 마케팅에 쏟아부은 적이 있다. 물론 이 마케팅은 별무소득이었다. 마케팅 효과는 고사하고, 마케팅에 저렇게 많은 돈을 들였는지 아는 사람도 별로 없다.
구글이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안 통하게 만들 정도로 NHN이 강한 것은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는데, UX 구축과 사용자 습관 길들이기다.[각주:1]

① 대중을 위한 UX 구축

◎ 네이버 알바 활용
NHN을 비판하는 사람은 항상 네이버를 관리하는 알바를 비난한다. 디씨인사이트(DCinside) 등 알바를 활용하는 사이트는 많은데 왜 유독 네이버만 비난받는 것일까? 이것도 1위기업이기 때문일까?

네이버 이해진 대표는 지식iN(지식인)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사람밖에 없다."라는 취지로 알바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한다. 지식iN 이전에 우리나라 질답사이트 가운데 가장 활성화되었었던 한겨레신문의 디비딕(DBDic) 서비스가 유료화의 홍역을 겪는 사이 문을 열게 된 지식iN은, 디비딕에서 뛰쳐나온 파워유저를 흡수하여 답변의 질을 확보하고, 중국 조선족 알바로 양을 보강하여 서비스 활성화를 시도한다. 질문과 답변을 합한 콘텐츠가 100만 개가 되자 서비스가 스스로 돌기 시작하여 이후 네이버 검색 점유율의 가장 큰 밑천이 된다.

알바는 주로 중국 조선족이 이용되는데, NHN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바는 없다. 지식iN을 위한 알바를 만들었던 2002년 경엔 몇 백명의 알바가 있었으나, 지금은 많이 줄었다고 한다.
2006년 네이버가 신규서비스로 블링크(http://blink.naver.com/)를 런칭했을 때 스팸대책을 문의했었는데, 직원이 직접 감시하여 삭제하겠다는 답변을 받았었다. 그러나 고급인력을 스팸 지우는데 쓰지는 않을 것이므로 알바를 동원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처럼 알바는 네이버가 서비스를 관리하는 기본적인 수단으로 활용되어 오고 있다.[각주:2]

NHN이 서비스를 운영할 때는 DB의 질이나 사회적 정의같은 것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지식iN 초기에 답변의 질을 제공했던 DBDic의 파워유저 대부분은 얼마 지나지 않아 활동을 중단했다. 이들은 DBDic을 사용할 때도 펌한 답변에 대해 삭제를 요구하고, 답변채택을 못하게 만듦으로서 고급 컨텐츠 생산을 위한 환경에 무게를 두던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네이버가 알바가 무단펌질을 통해 정상적인 콘텐츠 유통을 방해하고, 대중이 무단펌질하는 습관을 들이게 만들었기 때문에 이들이 지식iN 서비스에서 의미를 찾지 못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그러나 그들이 활동을 중단한 지식iN은 서비스를 시작한지 몇 달이 지난 뒤엔 컨텐츠가 충분히 모아졌기 때문에 지식iN이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중이 인터넷의 온갖 정보를 지식인 안으로 퍼나르기 시작했다는 뜻이다.[각주:3]
그 이후엔 정보가 가장 많이 모여있고, 알바가 (질은 낮았지만) 계속 데이터를 생산하는 지식iN을 다른 업체가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이 과정에서 질 높은 정보를 생산하거나 모을 사용자가 요구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고급 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용자도 DBDic에서 넘어왔던 파워유저처럼 네이버를 떠난다.

네이버는 이처럼 알바 활동과 대중의 펌질을 통해 인터넷상의 거의 모든 한글 데이터를 모았다. 그리고, 지금도 그런 일을 하는 사용자는 많다.(돈마니의 블로그(http://donmany0203.blog.me)는 꽤 많은 내 글을 포함해 24000 개가 넘는 글을 퍼모았다.)
여기다가 무단 컨텐츠 도용을 저작권자가 삭제하려 해도 매번 필요한 서류를 제공해야 하는 등 문턱을 높게 만들어놓고, 데이터를 모으는 일을 그만두지 않고 있다. 퍼나르기는 쉽고, 차단은 어려우므로, 저작권자 입장에서는 무단 컨텐츠 도용에 상관하지 말라는 것처럼 느껴진다.

◎ 두산 백과사전 엔싸이버 활용
NHN의 또다른 한 가지 전략은 두산 백과사전 전략에 있다. 2000 년 1 월에 두산동아는 수십억 원을 들여 자사가 발행했었던 두산백과사전의 증보판인 엔싸이버를 CD 2장 형태로 만들었다. 하지만 판매가 부진하여 사업을 포기할 수준에 이른다. 이에 네이버는 두산 백과사전을 자사가 이용하는 조건으로 150억 원을 지급한다. (당시만 해도 질 좋은 컨텐츠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그후 네이버가 두산 백과사전을 검색에 노출시키자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이 빠르게 올라간다. 특히 과제를 위한 학생들의 검색빈도가 눈에 띄게 증가한다.[각주:4]

◎ 네이버 UX의 의미
이같은 면으로 NHN이 보여주는 세상은 분명하다. 네이버는 대중이 좋아하는 것을 쉽게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수천의 인기검색어 검색페이지는 네이버 직원(알바)이 직접 보기 좋게 (딱 한 페이지만) 편집한다. 이 편집 결과에 습관든 사용자는 다른 검색엔진을 쓰기 어렵게 만들어 네이버만 사용하도록 만든다. 즉 대중 취향에 딱 맞도록 결과를 제시한다. 구글이 우리나라에서 영향력을 확대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구글 검색 결과는 좋은 컨텐츠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사용자가 직접 그 결과를 찾아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그래서 네이버 알바가 편집할 수 없는 고급정보를 원하는 사람만 구글을 사용한다.)

네이버가 구축한 UX는 많은 장점이 있다. 검색엔진에서 사용자에게 어떤 것을 우선 보여줘야 하는지를 알아낸 것은 네이버 UX다. 네이버가 블로그 UX를 쉽게 만들어 사용성을 개선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 블로고스피어(Blogosphere)가 오늘처럼 빨리 팽창하여 인터넷의 주된 도구로 자리잡지는 못했을 것이다. 컴퓨터의 'ㅋ'자도 모르는 가정주부나 직장인이 컨텐츠를 생산하여 블로깅하는 이면에는 NHN의 공이 분명히 있다. 그렇기 때문에 네이버가 UX를 수정하면 다른 회사도 비슷하게 따라하는 일이 반복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② 사용자 습관 길들이기

네이버가 사용자를 길들이는 과정에 대한 한 예는 '위키피디아, 지식인과 집단지성의 힘 (2주년 기념 포럼 #2/3)'에서 소개한 적이 있다.


2008년 네이버는 한글 위키백과(http://ko.wikipedia.org/)에 지원금을 주면서 컨텐츠를 네이버 검색화면 최상단에 노출시키기 시작했다. 앞에서 살펴봤듯이, 네이버는 이미 두산백과사전 컨텐츠를 검색을 통해 제공하고 있었기에 당시에는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2년이 지난 2010년, 네이버에서 검색할 때 위키백과 검색결과는 최상단이 아니라 하단의 웹문서 검색결과에 섞여나온다. 이는 네이버는 검색품질이 아니라 사용자 이용습관을 유지함으로서 검색점유율을 유지하려는 전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 위키백과를 검색하기 위해 다른 검색엔진을 사용하던 사용자의 검색습관을 네이버로 바꾸기 위해서 위키백과 검색결과를 최상단에 노출하는 일을 했던 것이다. 물론 지금 최상단에서 제외된 것은 위키백과에 지원금을 내면서 컨텐츠를 상단에 노출하는 동안, 네이버가 자체적으로 만든 네이버 백과사전(오픈백과)의 컨텐츠를 충분히 모았기 때문이다. 또, 위키백과를 이용하기 위해 다른 검색엔진을 쓰던 사용자가 네이버 검색에 충분히 길들여졌다고 판단한 네이버의 자신감도 반영된 것이다.


비슷한 사례는 많다. 올블로그-네이버 협정을 살펴보자.
올블로그(http://www.allblog.net/)는 블로그 글을 모아 보여주는 규모가 제법 큰 메타블로그(MetaBlog) 전문서비스다. 네이버는 2007년에 올블로그와 컨텐츠 계약을 맺는다. 사용자는 네이버에서 검색하여 올블로그를 거치지 않고 바로 올블로그 회원의 블로그에 접속한다. 올블로그 툴바를 통한 형태였기 때문에 접속 웹주소는 올블로그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올블로그 서비스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올블로그 서비스는 고사할 수밖에 없다. 이를 뒤늦게 깨달은 올블로그는 6개월 뒤인 2008년 봄에 계약 연장을 포기한다.

좀 더 확대하여 살펴볼 때, 사용자 사용습관을 바꿀 수 없는 서비스인 아프리카(http://www.afreeca.com/) 같은 서비스는 아예 검색을 차단하기도 했다. 공식적으로 시스템 오류였다고 해명했지만 과연 그런 것이었을까? (아프리카를 차단한 또다른 이유는 민주당 지지자인 아프리카 사장에 대한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들어 아프리카 사장이 구속됐으나 법원에 의해 무혐의 판결을 받았던 일과 관련된다.)



이렇게 네이버는 정보를 모으고, 사용자를 붙잡아두면서 성장한다. 그러나 파워유저는 네이버를 떠난다. 네이버가 2008 년에 파워블로거 1083 명을 뽑아 발표했을 때, IT분야처럼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는 블로거가 거의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은 파워유저가 얼마나 많이 이탈했었는지 잘 보여주는 현상이다. 지금도 네이버에서 활동하는 IT분야 파워블로거는 그냥 구색을 갖추기 위해 넣어놓은 양념이다. 네이버 파워블로거는 여행/문화 등 큰 전문성이 필요없어도 운영이 가능한 분야이거나 초반에 문성실 님 때문에 주목받아 주부가 대거 유입된 요리 분야 정도에 몰려있다. (네이버 IT블로거 대부분은 IT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 정보를 전달하는 광고블로그다. 기존의 네이버 정책을 적용하여 광고하는 블로그를 배재한다면, 네이버의 IT블로거, 와이프로거 등은 네이버 파워블로거에서 거의 모두 배제되어야 할 것이다.)
전문가를 내몰고, 대중을 끌어안으며, 전문가 콘텐츠를 펌질로 위치만 옮기는 형태로 진화(?)했다고 볼 수 있다.

1990 년대 말,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툴(컴파일러와 그에 딸린 각종 프로그램과 데이터)에서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많은 개발자를 끌어들이면서 10 년간 컴퓨터 세계를 지배했듯이, NHN도 웹에서 UX와 검색습관 분석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면서 아직까지  한국의 웹을 지배하고 있다. 물론 이는 NHN이 세계로 진출하는 길을 막는 부작용도 만들었다. 앞으로 시간을 갖고 좀 더 살펴볼만큼 중요한 점이 있다.

2. 네이버는 세상을 나아지게 하는가?
네이버는 앞에서 살펴본 두 가지 강력한 개념, UX와 검색습관을 사용하여 우리나라 인터넷 환경을 특이하게 구축했다. 그리고, 스스로 창조한 세계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그 세계에서 벗어나려는 여타 서비스는 사실상 통제하려 했다. 이 통제는 우리나라 인터넷을 기형적 구조로 바꾸어 놓았다. 앞 꼭지에서는 네이버가 새로운 개념을 만드는 과정을 살펴봤으니, 이 꼭지에서는 새로운 개념이 만든 문제점을 살펴보자.

① 고립생태계 형성
우리나라 인터넷 업계는 2008년까지 Active-X 사용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 이는 작은 업체 뿐 아니라 네이버, 다음도 포함되던 이야기인데, 개발 비용을 줄이면서도 역동적인(?) 웹사이트를 만들기가 쉽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정부가 Active-X 사용을 장려하고, 정부 웹사이트에는 반드시 사용하게 규정함으로써 사용자 컴퓨터가 지저분해지고, 악성코드가 번지는 중요 원인이 되었다.
이 이외에도, 우리나라의 빠른 인터넷 회선 속도를 바탕으로 한 웹서비스 속도 저하 등도 우리나라를 고립생태계로 만드는데 일조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인터넷 회선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웹페이지를 복잡하게 만들어도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같은 웹페이지를 인터넷 속도가 느린 외국에서 접속하면 데이터 전송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에 느려져서 잘 사용하지 않게 될 수밖에 없다. 결국 한국 웹과 외국 웹의 사용자는 자연스럽게 분리된다.
이런 환경이 한국 인터넷을 세계와 동떨어진 고립생태계로 바꾸었다.

그런데, 이런 섬 안에 또다시 섬이 존재한다. 바로 네이버! 그런데 네이버는 우리나라 시민 대부분이 사용하는 서비스이니, 어쩌면 하나의 거대한 대륙인지도 모르겠다. 왜구를 막기 힘들다는 이유로 도서지역을 비우도록 한 조선 정책처럼, 주변 공간을 모두 비우려는 것이 네이버의 정책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조선 정책의 결과로 대마도를 일본에 뺐겼다는 역사적 사실을 되새겨봐야 하지 않을까.

◎ 크롤링
웹생태계의 고립은 크롤링과 가장 큰 관련이 있다. 크롤링은 봇(Bot)이라 불리는 프로그램으로 인터넷에 있는 컨텐츠를 수집하는 것을 말한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버에서 봇의 접근을 허용해야 크롤링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 포털인 네이버, 다음, 야후, 엠파스, 네이트는 외부 업체의 크롤링을 철저히 막아왔다.
또, 컨텐츠를 백업/업로드하는 것도 지금까지 계속 막고 있는데, 이는 광범위한 펌이 일어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 세 가지 검색 노출 정책
2008년까지, 네이버 검색결과의 특징은 크게 셋이 있다.
  1. 펌글 우선 노출
    알바가 펌질한 컨텐츠는 물론이고, 대중이 펌질힌 컨텐츠에도 네이버는 일관된 검색 정책을 취한다. 펌글을 검색 결과의 맨 앞에 노출시켜 주는 것이다. 이런 정책은 대중이 많이 펌한 컨텐츠일수록 많이 관심받는 좋은 컨텐츠다라는 재미있는 발상에서 출발한다. 국내 업체 중에는 검색기술이 없었던 당시에는 효과도 확실했다.
    그러나 처음 작성된 원본 컨텐츠가 뒤로 밀리기 때문에 네이버 검색 결과만 보고선 원저작권자의 컨텐츠가 어떤 것인지 알수 없다. 당연히 저작권자의 글은 (펌족을 제외한) 누구의 방문도 받지 못한다. 저작권자는 더이상 컨텐츠 생산을 하지 않게 되면서 우리 웹생태계는 점차 축소되고, 펌글만 볼 수 있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그러나 이 정책의 부작용은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이 점이 정말 심각한 이유는, 앞에서 말했듯이 네이버 검색화면을 편집하는 알바는 원본이 어떤 것인지 모르지 않았을 거란 점이다. 즉 일부러 네이버 내부에 수집된 펌글을 우선배치했다는 것이다. 이는 네이버 서버 시스템 때문이 아니라 네이버 내부 정책이 외부에 있는 원본 글은 감추도록 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 검색 개수 제한
    네이버는 예전부터 지금까지 검색할 때 무조건 천 개까지만 보여준다. 구글의 경우 수백만 개를 보여주기도 하는데, 왜 네이버는 천 개만 보여주는 것일까? 그것은 네이버가 검색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글에서 검색기술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검색 개수 제한 정책과 펌글 우선 노출이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비즈네트웍스가 제공하던 백신 pcclear가 일으킨 2007 년 사건을 살펴보자.
    이비즈네트웍스는 pcclear를 무료백신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문화관광부가 추천하는 목록에도 들어있을 정도로 유명한 백신이었다. 그러나 이 백신이 정상적인 백신이 아니었기에 심각성이 있었다. 백신으로서 악성코드나 컴퓨터 바이러스 같이 사용자가 찾아 치료해주기를 원하는 것들을 pcclear는 찾지 못했다. 오히려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속이며 결제창에 결제하도록 요구하고 있었다. (많은 분이 같은 방법을 사용하다가 검찰에 의해 고발된 닥터바이러스를 기억하고 계실 것이다.) 당연히 많은 사용자가 불만을 가졌고, 불만사항과 경험을 각종 사이트에 쏟아냈다. 그러나 이비즈네트웍스는 사용자의 불만사항을 네이버의 펌글 우선 노출과 검색 개수 제한을 이용해 해결한다. 우선 자사 이름과 제품 이름이 들어간 엄청나게 많은, 비슷한 컨텐츠를 매주 수백 개씩 자기들이 만든 블로그와 카페에 등록한다. 결국 네이버 정책에 따라 펌질된 글만 검색에 잔뜩 노출되고, 진짜 소비자의 글은 1000 개 밖으로 밀려난다. 결국 소비자가 이 백신에 대한 검색을 시도했을 때 다른 사용자가 올린 글은 찾기 매우 힘들다.

    2007 년에 "pcclear"로 검색한 화면

    물론 이때도 다른 검색사이트에서 검색하면 진짜 사용자의 글을 찾을 수 있었지만, 네이버 검색점유율이 80%를 넘어가고 있던 이 때에 다른 검색사이트는 큰 의미가 없었다.
    네이버의 이러한 정책 덕분에 우리나라 백신 숫자는 한때 170 개가 넘었다. 물론 검출과 치료를 어느정도 할 수 있는 백신은 열몇 개 정도밖에 안 된다. 나머지 백신은 모두 사기백신이라는 이야기다. 이렇게 네이버 덕분에 사기백신이 창궐하게 된다. 네이버는 이 정책을 2008년에서 2009년 사이에 수정하게 된다. (이에 대해 티스토리와 사용자 이동에 대한 우여곡절도 있으나, 매우 길고 지루한 이야기이니까 생략하자.)

    이비즈네트웍스는 더 많은 백신을 만들기 위해 아이앤티미디어랩을 설립하고, 매년 십여 개의 백신을 계속 만든다. 아이앤티미디어랩에 대해 분석한 글이 공개된 후, 아이앤티미디어랩은 2010년 초봄에 이전 Pcclear 때와 같은 방법으로 이 글을 네이버 검색결과에서 제거하려고 시도하였다. 하지만 이번엔 2009 년에 바뀐 네이버 검색정책 때문에 펌글이 무조건 위의 글을 밀어내지는 못했다. (결국 아이앤티미디어랩은 명예훼손 조종신청을 냈다가 기각당한 이후에야 기존의 회사 정책을 버렸다.)

  3. 광고 금지
    2008년까지, 네이버 검색은 또다른 정책이 있는데 링크 개수 제한, 업체 연락처 공개 금지, 제품과 회사의 이미지와 이름 공개 금지 정책이 그것이다.
    링크 개수 제한은 한 글에 하나의 링크만 허용한다는 정책이다. 이 글만 하더라도 링크를 열 개 이상 포함하고 있으니, 당시 네이버에서 이 글을 작성했다면, 내용이 좋은지 나쁜지를 떠나서, 네이버 검색에 노출될 수 없는 글이었다. 보통 인터넷은 링크로 엮이면서 성장하는 속성을 갖고 있으므로, 네이버가 왜 이런 정책을 취했는지는 뻔하다.
    업체 연락처 공개 금지, 제품과 회사의 이미지와 이름 공개 금지 정책은 인터넷을 광고의 홍수 속으로 빠져들지 않도록 한다고 이해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정책의 진짜 의미는 검색 키워드에 해당하는 광고를 판매하려 했을 뿐이다. 심지어 2008년 6월, 네이버의 유명 블로거 문성실 님은 자기 책의 표지 이미지를 자기 블로그 배경화면에 설치했다가 경고메일을 받는 사태가 발생한다. 문성실 님의 반발로 네이버 정책이 바뀌는 계기가 됐지만, 과연 문성실 님이 네이버 파워유저가 아니었거나 공론화시키지 않았으면 네이버가 정책을 바꿨을지 의문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네이버 정책 때문에 네이버 마케팅이란 직종이 활성화되었다. 네이버 마케팅은 검색엔진에 노출될만한 정보와 광고를 올리는 방법으로 네이버의 정책을 철저히 지킨다. 때로는 정책의 경계선에서 줄타기할 때도 있다.
막상 순수한 일반 사용자의 컨텐츠는 네이버 정책에 철저히 차단됐는데, 막상 차단했어야 할 마케터의 컨텐츠는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다. 그 결과로 네이버 지식iN과 블로그와 카페의 컨텐츠는 질이 점점 낮아졌고, 네이버는 검색할 데이터를 검증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자승자박이랄까?

광고 금지 조취는 현재는 많이 완화되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구글 애드센스나 알라딘 TTB 등의 외부 광고는 네이버 블로그나 카페에 붙이지 못한다. 펌글 우선 노출 정책은 고쳐진 듯 보이지만 아직 불완전하다. 비슷한 글이 네이버 내부와 외부에 동시에 올라 있다면, 외부 글이 뒤로 밀린다. 이런 모든 것들이 네이버를 고립시키는 성벽이 되고 있다. 네이버로서는 현명한 정책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넓은 세상에서 군사력을 키운 외국 사이트들이 몰려오고 있다.

PS. 네이버와 상관없는 잡담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하겠다. 예전에 선거캠프에 인터넷 담당으로 몇 번 참여했던 적이 있었는데, 대부분은 내가 모든 것을 관리해야 했다. 이전에 인터넷을 관리하던 사람이 나에게 인수인계한 뒤 캠프 내의 다른 일을 하기 위해 인터넷에 관여하지 않게 된다. 그런데, 인터넷 전체 관리는 내게 맞겼지만, 계속 인터넷 관련 글을 쓰는 사람도 있다.
인터넷에 글을 쓴다는 것은 좋은 명문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검색엔진 최적화(SEO)가 매우 중요하다. SEO는 또한 네이버마케팅의 기본이기도 하다. 나는 항상 SEO에 맞춰 인터넷으로 공개되는 모든 글을 수정하였다. 그런데 이에 대해 딴지를 거는 사람들이 가끔 있었다. 이런 사람에게 설명해야 하는데, 인터넷이나 글쓰기를 전혀 모르는 사람보다 어느정도 실력이 있는 사람을 이해시키기가 더 어려웠다. 물론 그 단계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다면, 내가 고치는 것만 보고도 무슨 의미의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 있었을 것 같기도 하다....

◎ 블로그 RSS 제한과 백업 불가
네이버 블로그도 다른 블로그 서비스처럼 RSS를 발행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RSS는 각 포스트 앞부분을 짧게 보내준다. 이는 컨텐츠를 외부 사이트로 넘겨주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자료를 옮길 수 있도록 백업하는 기능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2007년부터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백업기능은 구현되지 않았다.
웹에 노출되는 자료는 컴퓨터에 저장할 수 있으므로, 스킨의 HTML만 분석하면 데이터를 다른 사이트로 옮길 수 있다. 실제로 네이버 블로그 컨텐츠를 백업해서 다른 블로그 서비스로 올려주는 사이트나 프로그램이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네이버가 블로그의 스킨 구조를 자주 바꾸면서 빈번히 무력화되었다. 펌에 대한 정책과 일맥상통한 면이 있다.
이와 유사한 것이 openAPI라는 것이 있다.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외부에서 사이트에 데이터를 올리거나 사이트 자료를 외부로 가져가는 기능이다. 스마트폰에서 증권 현황을 본다던지, 포털에서 제공하는 지도 위에 우리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보여주는 앱이 openAPI를 활용해 만든 서비스다. 하지만 네이버에서 외부 서비스의 openAPI를 이용하기는 해도, 네이버 openAPI를 이용하는 외부 서비스를 찾기는 힘들다.

② 경쟁자 제거

◎ 첫눈 서비스
경쟁자로 제거된 대표적인 서비스가 첫눈(http://www.1noon.com/)이다. 첫눈은 2005 년부터 장병규 님이 '한국의 구글'을 목표로 만든 검색엔진이었다. 완성된 서비스는 아니었지만, 메인화면 등이 구글(Google)과 한국포털의 중간쯤에 위치한 재미있는 서비스였다. 이 서비스가 워낙 구글친화적이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계속 구글 인수설이 나돌았다. 하지만 2006년 하지를 막 지난 6월 29일에 결국 네이버의 품에 안긴다. 판매대금은 350억 원으로 알려져 있다. 네이버는 검색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검색기술을 확보하여 네이버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라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첫눈 인수는 많은 사용자와 IT 종사자이 아쉬워했다.

첫눈과 네이버의 M&A가 발표되기 열흘 전에 '네이버와 첫눈'이라는 글을 적은 적이 있다.
첫눈과 엠파스(http://www.empas.com/)라는 두 기업은 국내외 여러 업체의 인수합병 시도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독자적으로 생존하기에는 좀 작고, 무시하기에는 예민한 크기의 서비스이기 때문일까요? 그 중에서 첫눈은 특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구글은 최근들어 미국 검색시장을 60% 가까이 점유하며 지배하고 있습니다. 2위인 야후와 3위인 msn을 합해 비교해도 월등히 앞서는 상황이지요. 우리나라의 네이버 정도 되는 서비스입니다.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을 때 가장 먼저 사용하는 검색엔진이 구글이란 이야기지요. 하지만 구글이 우리나라에 진출하려고 우리나라 시장에 돌맹이를 한개 던져봤는데, 그 돌맹이가 우리나라라는 호수에 퐁당 떨어져 물결을 일으킨 것이 아니라 얼음이 짱짱 언 호수에 떨어진 것마냥 통통거리면서 튀어나가 버렸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시장은 (구글에게도)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시장이고....

반면 네이버 측에서 생각해 보자면, 첫눈은 별것 아니지만 경쟁사에게 넘어간다면 치명적일 수 있는 계륵같은 존재죠. 첫눈은 세계적인 검색엔진 회사인 구글과 같은 마인드를 갖고 있습니다. 구글이 우리나라에서 통하지 않는 것은 우리나라의 정서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인데, 첫눈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처음부터 시작한 회사니까 최소한 정서에 실패할 가능성은 적지 않겠습니까? 만약 첫눈이 다른 거대자본, 특히 구글에 넘어간다면 구글 마인드와 한국 정서가 융합되고, 브랜드파워까지 갖추게 되어 네이버에게는 큰 짐이 될 수 있습니다.

예전에 어떤 사람이 새로운 향수병을 발명해서 특허를 획득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에 그 향수병을 사용해 보신 분은 없을 것입니다. (계신다면 영광입니다. ^^) 새로운 향수병은 확실히 편리하기는 하지만, 기존의 향수병을 대처할만한 것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에 대해서 세계 최대의 향수회사인 샤넬(맞는지 헤깔리네요.)에서 이 특허권은 거액을 주고 완전히 넘겨받았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다른 향수회사로 넘어가서 다른 회사에서 이 특허로 향수병이 판매된다면 샤넬로서는 아주 귀찮아질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혹시 모를 시장 선도자리를 내줄 수도 있고.... 그래서 방어적인 개념으로 특허를 구입한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샤넬도 새로운 향수병을 제품화하지는 않았고, 당연히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은 한 분도 써본적이 없을 것입니다.

네이버의 입장에서는 첫눈이 바로 향수병과 같은 존재라는 것입니다. 그냥 놔두면 누군가가 인수해서 영향력을 확대할 것 같고, 바로 그 누군가는 첫눈이 표방하는 바로 그 구글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죠. 네이버에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주변 사람이나 전문가들은 그렇게 생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만약 네이버가 첫눈을 인수한다면 첫눈은 서비스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많은 네티즌들은 아직 완성도가 떨어져서 그동안 많이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관심있게 지켜봐왔습니다. 그런데, 첫눈이 정식 서비스도 하지 않고 인수되어 사라진다면 배신처럼 느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고 장병규 사장님이 거대 자본이 필요한 검색엔진에 수익도 없이 계속 투자하기도 힘든 상황이지요....
나중에 장병규 님이 "검색엔진이 그렇게 돈이 많이 드는 사업인줄 몰랐다."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첫눈 서비스는 네이버가 일본에 진출하면서 만든 네이버재팬에 적용시키기 위해 아직도 연구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왜 일본에만 적용하려고 노력하고, 한국에는 적용하지 않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일본 검색시장은 구글이 2위를 차지하면서 1위 업체인 야후에 검색엔진을 공급한다. 실질적으로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와는 다르게, 앞에서 살펴본 UX와 검색습관이 없는 일본에서는 구글에 이길 확률은 거의 없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검색엔진을 연구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반대로 국내엔 신경을 덜 쓴다는 뜻일텐데....

눈 녹듯 사라진 첫눈과는 반대로 네이버와 합병되어 크게 활성화된 서비스도 있다. 잘 알려져 있는 한게임(http://www.hangame.com/)이 그 대표적인 서비스다. 한게임은 네이버와 합병해 NHN이 된 이후, NHN 수익의 절반을 내고 있다. 명실상부한 NHN의 대표서비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합병한 두 업체 모두 삼성에서 갈라져나와서 기업문화가 잘 맞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 다음과의 분쟁
네이버는 국내의 유력 경쟁자인 다음의 것을 베낀 것으로도 유명하다. 대표적인 예가 인터넷 카페 서비스이다. 네이버와 다음의 인터넷카페를 살펴보면 완전히 동일한 서비스란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은 네이버가 '인터넷 카페'라는 이름을 쓰는 것은 상표권 침해라며 법원에 제소했으나, 법원은 '인터넷'과 '카페'라는 명칭이 보통명사일 뿐이고, 또 이 둘이 합한다 하여도 뚜렷하게 독자적인 이름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 이 문제는 근본적으로 다음이 인터넷 카페를 특허와 BM 등록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였다. 다음이 소송에서 패함으로서 인터넷 카페는 결국 누구나 구현해도 상관없는 서비스가 되고 말았다.
또다른 예도 있다. 2007년 초에 다음과 네이버는 각각 메일 서비스를 개편할 때 불거진 사건이다. 어떤 개발자(듀라보이 님)가 두 메일의 웹페이지 소스(HTML)를 살펴봤는데, 변수명, 코드, Javascript, 주석 등이 거의 똑같았다. 아주 간단한 프로그램이더라도 개발자가 다르면 코드가 같을 확률이 매우 적으므로, 4개월 앞서 서비스를 시작한 다음의 코드를 네이버가 복사해 사용했다고 생각하는 것도 억지는 아니다.

네이버와 다음의 Javascript sourcecode (출처 : http://www.smartplace.kr/)

베끼기는 우리나라 산업계에서 관습이라고 할 정도로 종종 발생하는 사건이지만, 국내 인터넷 업계 1위와 2위 업체 사이에 있었던 사건은 살펴보기 씁쓸하다. 이런 베끼기는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서비스도 대상이 된다.
인터넷 업계에서 네이버가 검색점유율 1위를 차지한 2004년 이후, 2009년까지 우리나라 도메인 사용량 점유율 상위 50위까지 살펴보면 새로 진입한 서비스는 딱 두 개로, 다음과 TnC가 공동출자하여 만든 블로그 서비스인 티스토리(http://www.tistory.com/)와 세계 최초로 동영상 서비스를 새로 만들어낸 판도라(http://www.pandora.tv/) 뿐이다. 외국의 웹생태계 변화와 비교했을 때,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는 것을 네이버가 얼마나 철저하게 막아왔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통계라고 할 수 있다.

◎ 우리의 낮은 창업율
네이버는 이처럼 경쟁이 될만한 여러 서비스를 사들이거나 고사시켜왔다. 우리나라 투자자가 벤처 투자의 제일 조건으로 "나중에 포털이 참여해도 버틸 수 있는 서비스이거나 2~3년 안에 포털에 팔 수 있는 서비스여야 한다"는 것을 꼽는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이렇게 창업 기준이 다르므로, 창업률이 유럽이나 미국 같은 선진국의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물론 정부 정책이나 복잡한 행정절차, 시장규모 등과도 연관이 있겠지만, 앞에서 살펴본 네이버 영향과는 비교할 것이 아니다.

3. 네이버 검색은 공정한가?
네이버가 국내 검색점유율 1위를 차지한 이후에 네이버 정책에 작은 사이트들은 일희일비하였다. 이는 미국의 여러 웹사이트가 세계적인 검색서비스 구글의 정책에 따라 일희일비한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그러나, 네이버와 구글의 검색기준에는 매우 중요한 차이가 있다.

① 검색 차단
네이버는 원하지 않는 웹사이트와 컨텐츠를 검색결과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이런 차단기능은 일찍부터 기업, 정치인 등이 활용하였는데, 특히 선거철에 보수 정치세력인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유리한 것은 추가되고, 불리한 것은 삭제되는 방향으로 편집되었다. 반대로 진보진영 쪽에 속하는 후보와 정책은 극히 일부만 노출된다. 꼭 검색에서뿐만 아니라 선거에서 경쟁 후보를 인물 목록에서 뒷 페이지로 보내거나 검색창의 자동완성기능에서 제거하는 등의 방법도 사용한다.
선거 전과 후의 자동완성기능을 살펴보면 선거 전에 자동완성 목록 중 일부를 삭제했음이 쉽게 확인된다.

네이버가 처음에 삼성 사내벤처에서 출발해서인지 삼성과 관련된 뉴스들을 철저하게 걸러내는 것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노골적으로 삼성 이건희 회장의 탈세, 불법상속, 삼성 순환출자 등의 논란이 일만한 뉴스를 철저히 차단했었다.

② 검색 포함
특정 사이트가 검색 결과에 포함되기를 원할 경우엔 기본적으로 사이트 등록신청을 해야 한다. 네이버 특정 페이지에서 사이트 정보를 입력하면, 네이버는 자체 심사 이후 사이트 컨텐츠를 검색 결과에 포함시킨다. 하지만 사이트 등록신청을 하지 않더라도 봇에는 링크를 자동으로 인식하여 사이트를 추가하는 자동확장 기능이 있기 때문에 검색에 자동으로 포함될 수 있다.

사이트 등록은 삭제할 수도 있다. 아래 이미지는 2007년에 운영하던 블로그의 등록을 삭제신청한 결과를 메일로 받은 것이다. 실제로 일주일간 검색되지 않았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일주일만에 다시 검색되었다. 아래 메일에 안내된 전화번호로 전화하여 왜 검색되는지 물어보자, 봇의 자동확장 기능에 의해서 추가된 것이어서 어쩔 수 없으며, 다시 삭제신청을 하더라도 같은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안내를 받았다. 당시 어떻게 되는지 시험해 보기 위해 삭제요청을 한 것이었기 때문에 더이상 삭제요청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앞 꼭지에서 살펴봤듯이, 네이버는 당시에도 원하지 않는 컨텐츠나 사이트를 철저히 차단하고 있었다.
결국 네이버는 자기 서비스의 컨텐츠를 외부 봇이 검색하는 것은 원하지 않지만, 외부 컨텐츠는 무조건 이용하기를 바랬다. 이율배반적인 모습이다.

네이버에 사이트 등록된 블로그 삭제 신청. 그러나 일주일만에 다시 검색되기 시작했다.


ps. 이 글 작성 이후의 에피소드
위의 메일을 보낸 이후 블로그 도메인을 두 번 바꾸었는데, 사이트 등록을 한 적이 없었지만 항상 잘 검색됐다. 그러나 이 글을 작성하기 며칠 전에 블로그 도메인을 'science.binote.com'에서 'binote.com'으로 짧게 바꿨다. 그 이후 edonkey 서버 포스팅이 네이버 검색결과에 포함됐다. 그러나 그 직후 이 글이 공개되자 더이상 네이버에서 검색에 아무것도 포함되지 않았다. 지금도 저 포스팅과 이 글만 네이버에서 검색된다. 아마도 이 글 때문에 네이버가 삐진 것 같다. ^_^

③ 네이버의 언론 기능
앞에서 봤듯이 네이버는 검색결과를 편집하고, 노출순서를 조작함으로서 특정 정치세력이나 특정 회사, 특히 한나라당과 삼성에 유리하게 만들었다. 네이버의 중립성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며 언론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을 때마다 네이버는 자기들은 전달할 뿐, 편집하지 않기 때문에 언론 역할은 전혀 하지 않는다고 강변해왔다. 그러나 네이버 편집가 기사 제목을 바꾸고, 노출을 결정짖는 것이 명예훼손이라고 소송하자 네이버는 뉴스캐스트를 만들어 기사 노출을 언론사에게 넘긴다. (언론은 명예훼손 등에 적용되는 법률 잣대가 다르다. 네이버가 언론이라면 언론에 맞는 잣대가 적용되어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겠지만, 네이버는 계속 언론이 아니라고 주장했으므로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네이버가 무언가 바꾸지 않으면 계속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다.)

그러나 네이버는 뉴스캐스트를 만들어 뉴스 편집권을 언론사에 넘긴 이후에도 다른 방법으로 언론 역할을 하고 있다. 가장 최근의 이슈는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책에 등록을 결정했던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를 번복한 사건이다.(http://blog.naver.com/gotozoo3/117557486) 이 책은 처음 발행됐을 때 많은 관심을 받았음에도 대부분의 언론에서 후기를 다루지 않았고, 다뤄진 것도 네이버 메인화면에서 차단됐던 전력이 있다. 따라서 <네이버캐스트> 등록을 번복한 것도 이해가 간다.

PS.
『삼성을 생각한다』는 네이버 담당직원이 등록을 결정하였으나 상부에서 결제가 안 났던 것 같다.

NHN은 이 글에서 언급한 것 이외에도 꽤 많은 악행을 반복하고 있다. 컨텐츠 제공업자에게 대금을 주지 않는 것 정도는 이제 중요 악행 목록에 포함되지도 못한다. NHN은 왜 악행을 반복하는가?
이 글과는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이므로 간단히 언급하자. 삼성은 주식제도의 단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네이버와 한게임은 삼성 문화 속에서 생겨났기 때문인지 삼성 문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삼성의 적자이다. 역시 주식제도의 단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이 문제를 우려해서 미국의 전통이 긴 다단계 회사 암웨이(Amway)처럼 주식회사를 거부하고, 유한회사 체제를 고집하는 경우도 있다.


4. NHN의 미래는 어떨까?
NHN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수백 가지라는 이야기로 이 글을 시작했다. 그런데, 이들 중에 NHN이 독창적으로 만들어서 활성화에 성공한 서비스가 몇 가지나 될까? NHN의 주력서비스인 지식iN, 네이버 블로그, 카페, 미투데이(me2day), 한게임 등을 하나씩 살펴보자. 지식iN은 한겨레 디비딕을 따라 만든 서비스이고, 네이버 블로그가 만들어진 2003년엔 다른 블로그 서비스가 이미 많았었다. (더군다나 네이버 블로그는 다른 블로그 서비스보다 지금도 엄청 불안정하다.) 카페는 앞에서 살펴봤듯이 다음을 따라한 것이고, 미투데이와 한게임은 외부 업체를 M&A한 것이다. 다른 포털 네이트(Nate)처럼 NHN도 처음부터 스스로 만들어 성공시킨 사례가 없다.
이런 점은 중요하다. 네이트가 싸이월드란 중심 동력을 하나 잃자 위기에 몰린 것처럼, NHN도 지식iN이나 웹검색 중에 하나를 잃는다면 심각한 위기에 몰릴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위기에 처하고 있다는 증거는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막강한 자금력과 마케팅으로 밀어붙인 미투데이는 홍보도 거의 안 한 트위터에 밀려 실패했다. 지식iN, 네이버 블로그, 카페는 네이버 마케팅이라 불리는 노이즈로 인해서 자료 품질이 떨어져 더이상 검색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저작권을 강화해 적용하면 네이버 검색은 치명타를 입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스마트폰으로 변하는 환경 속에서 NHN이 들고나온 대안은 지식iN앱 같은, 옛 방식에 억매인 방법 뿐이라는 점이다.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지만, 네이버에는 한게임만 남은 셈이다.

양반은 망해도 3대는 먹고 산다고, 네이버에게는 다행히도 쌓아둔 컨텐츠와 사용자 습관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문제는 과거 PC통신 강자였던 하이텔과 천리안이 동시에 몰락했을 때처럼, 타성[각주:5]이 모든 기회를 앗아갈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ps.
이 글을 쓴 날인 2010년 12월 07일에는 중요한 불법사찰과 관련하여 중요한 사건인 박근혜 불법사찰 문제가 불거졌다. 따라서 이와 관련된 검색어가 상위권에 오를 것이라는 점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오른쪽 캡쳐화면에서 보듯이 가장 끝에 턱걸이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도 이런 나라에서 살고 있다.


↑ 여기까지 작성한 시간 : 2010/12/07 12:32 PM


ps의 ps.

앞의 ps에 대해 키워드 자체가 인기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댓글이 있어서 추가해둔다.
보면 알겠지만, 2011.01.13일 이슈가 된 사건은 안상수 아들의 로스쿨 부정입학 의혹 사건에 대한 것이다. 보면 알겠지만 핫토픽 키워드에 아예 등록조차 되어있지 못하다. 그럼 사람들에게 인기가 없어서 안 보이는 것일까? 하지만 그 시간에 가장 인기가 있었던 뉴스는 바로 그에 해당하는 연합뉴스 기사다. 이래도 네이버 사용자에게 정치가 인기가 없어서 핫토픽 키워드에 오르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할 것인지 궁금하다.



  1. UX는 우리말로 '사용자 경험'이라고 번역되는데, 아직까지 정확한 정의는 없다. 사용자가 학습을 적게 하면서도 쉽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본문으로]
  2. 결국 블링크는 스팸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2009 년 12 월 22 일 종료됐다. [본문으로]
  3. 물론, 이전의 인터넷 문화 자체가 펌을 장려하는(?) 경향이 있었다. 2005 년 12 월에 각 블로그 사이트의 '펌'글의 비율을 조사했을 때 모든 포털 블로그의 펌글 비율이 스스로 작성한 글보다 더 많았다는 것은, 네이버가 펌을 장려하는 문화를 만들었다기보다는 당시의 네티즌 성향이 그러했다고 볼 수 있다. 지금도 활발히 활동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펌이 많은 것이 사실이니까.. 이런 네티즌의 성향을 처음 간파하고 잘 이용한 것이 네이버였을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본문으로]
  4. 다음은 네이버의 급격한 성장을 '유치한 학생들의 과제 검색' 정도로 치부하는데, 이는 학생들은 성장하여 결국 성인이 된다는 것을 생각지 못한 치명적인 실수였다. [본문으로]
  5. 잘 나갈 때의 경험이 환경 변화에 따라 다가오는 중요한 상황에서 잘못된 선택을 하게 만드는 것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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