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2010/10/09 13:13

그래핀(graphene)

Posted by goldenbug
탄소는 자연상태에서 쉽게 관찰되는 흑연, 결정을 이루지 않는 그을음, 비싼 보석인 다이아몬드를 이룰 수 있다. 인공적으로 합성된 결정으로는 풀러렌(1985 년), 나노튜브(1991 년), 그래핀(2004 년), 그리고 탄소원자 3~6개 정도가 달라붙은 작은 결정이 다수 알려져 있다. 탄소는 최외각전자가 4 개이고, 모두 공유결합에 사용되거나 일부만 공유결합에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결합방법이 다양해 앞으로도 다양한 결정이 발견될 것이다.

  • 그을음은 탄소가 무작위로 붙어 생기는 검은 가루(검뎅)이다. 몸에 유독하여 폐에 들어가면 폐 기능이 크게 떨어진다. 일반적인 미생물은 그을음을 분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오랜 기간 분해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지질시대부터 대규모 산불이 일어나면 많은 그을음이 생성되고, 이것이 침전되어 퇴적층에 고스란히 남곤 했다. 따라서 지층 속에 나타나는 화재의 원인을 추적하여 화산 폭발, 운석 낙하 등 지질학적 사건을 밝히는데 중요하게 사용된다. 원시 인류 거주지에서 숯과 그을음을 발견하여 불 사용유무를 추정하는 것도 이들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불완전 연소하는 가스불, 촛불, 장작불 등에서는 거의 항상 그을음이 생긴다. 탄소가 열에 의해 유리됐다가 산소 부족으로 산화하지 못하고 불꽃을 빠져나오면서 서로 엉겨붙기 때문이다.
  • 다이아몬드는 탄소 원자가 갖고 있는 네 최외각전자가 모두 주변 탄소 원자와 공유결합한 물질이다. 모든 전자가 탄소원자에 묶여있기 때문에 광학적으로 투명하다. 또 결정에서 탄소 원자 하나를 떼어내려면 네 개의 공유결합을 동시에 끊어야 하기 때문에 떼어내기가 어려워 매우 단단한 특성을 갖는다.
    다이아몬드는 특이하게도 천연상태의 모든 물질 중에 굴절율과 열전도율이 가장 크다. 그러나 열전도율이 큰 물질 중 유일하게 전기전도는 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반도체 제조 기판으로 유용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래서 인공적 제작방법이 다양하게 연구되고 있다.
    다이아몬드는 땅 속 깊은 곳에서 만들어져 화산 폭발과 함께 지각 위로 노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명확한 매커니즘은 밝혀져 있지는 않다. 우주에서 낙하한 운석에서도 매우 드물게 발견된다. 생성원리는?
  • 흑연은 세 개의 전자가 주변 탄소와 공유결합하고, 한 개의 전자가 공유결합에 사용되지 않은 결정이다. 한 원자가 세 개의 공유결합을 할 경우엔 평면을 이루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흑연 결정은 층층이 쌓인 지층같은 모습을 하고 있으며, 나머지 한 전자는 층 사이에 비교적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상태가 된다. 원자 하나마다 전자가 하나씩 내놓아 특정 원자에 구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상태를 (보통 금속에서) 자유전자라고 부른다. 자유전자가 있기 때문에 흑연은 전기를 잘 통한다.
  • 풀러렌은 탄소 원자 60 개가 공 모양으로 뭉친 결정이다. 그 모양이 축구공 거죽 모양과 완전히 동일하기 때문에 보통 축구공에 비유되곤 한다. 이때 어떤 원자는 3 개, 어떤 원자는 4 개 전자를 공유결합에 사용하기 때문에 소수의 전자가 자유전자가 된다. 이 전자들은 초전도 현상을 일으킨다.
    풀러렌은 중앙이 비어있기 때문에 백금(Pt)같은 큰 원자나 수소(H) 분자같은 작은 분자를 가두거나 보관하게 만들어 응용할 분야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현재까지 계속 연구만 되고 있다. 만들어질 때 보통 큰 압력과 온도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자연계에서는 잘 형성되지 않고, 운석 충돌 잔유물에서 소량 발견된 경우가 있다.
  • 가장 간단한 나노우물

    탄소나노튜브는 수백~수만 개의 탄소원자가 죽부인 형태를 이룬 결정이다. 아직도 연구 중이지만 현재 기술로는 몇 μm까지 길게 만들 수 있다. 또 구 모양이 아니라 원통형 모양인 것만 제외하면, 결정 속 원자 상태는 풀러렌과 비슷하다. 그래서 비슷하게 초전도 현상도 나타난다.
    탄소나노튜브는 중앙 구멍에 전자 파동이 형성되어 나노우물을 형성할 수 있다. 나노우물은 대표적으로 LED와 반도체레이저가 만들어지는 원리로 사용된다.  따라서 평면에 규칙적으로 많은 수를 나열해 놓을 수 있으면 품질 좋은 디스플레이 장치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실제로 2010 년 9 월에 삼성이 2012 년까지 나노튜브를 이용한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촉박하여 실험실에서 하나 만드는 것도 불가능할 것 같다.)
    또, 탄소나노튜브는 강도가 매우 강해서 강철보다 질긴 밧줄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지금까지 발견된 각종 탄소결정


  • 그래핀을 이용한 디스플레이 (출처 : 성균관대)

    그래핀은 앞서 설명한 흑연의 한 층을 떼어낸 형태다. 1Å 정도 두께의 박막에 전자가 매달려 돌아다니는 상태이다. 따라서 그래핀 결정의 전자는 다른 물질에서와 다르게 떼지어 몰려다니는 형태가 되고, 이런 와중에 각종 양자역학 현상이 나타난다. 이런 양자역학 현상은 그래핀을 반도체로 만들 수 있도록 만든다.
    현재 산업에 이용되는 반도체는 어떤 종류든지 정공이나 잉여전자를 만들어 전기장으로 움직이게 만든다. 따라서 작동속도가 느리고, 전자가 많아야 작동한다. 트렌지스터보다 성능이 개선된 FET도 많은 전자가 필요하다. 작동에 전자가 많이 필요하다는 것은 열 발생이 많아서 크기와 작동속도에 큰 제한을 유발하는 원인이다. 그러나 그래핀은 전자가 직접 움직이는 형태이고, 박막 두께가 원자 한 층이므로 작동속도가 이론상 기존 반도체보다 100 배 빠르고, 작은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
    단전자 반도체가 가능할지는 두고봐야 하겠지만, 단전자 트랜지스터가 아니더라도 매우 적은 전자로 작동하는 반도체가 가능할 것이다. 얇으므로 휜다고 깨지지도 않는다. 반도체 혁명이 일어나는 것이다.
  • 그 이외에 매우 다양한 종류의 탄소결정이 발견되고 있다.

그래핀

그래핀을 처음 만들었던 영국 맨체스터 대학의 안드레 가임 교수와 연구원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박사는 재미있고 간편하게 그래핀을 만들었다. 스카치테잎을 흑연(연필)에 뭍였다 띤 뒤, 다른 스카치테입에 여러 차례 붙였다 띠었다를 반복하여 흑연가루를 점점 더 얇게 만든다. 결국 흑연가루는 한 층만 남게 된다. 값비싼 실험기기로 무수히 많이 시도해도 만들어지지 않던 그래핀이 문방구에서 파는 학용품으로 만들어졌다니 참 재미있다. 그래핀은 이제 누구나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제조법은 2010 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는 업적이 되었다.

그래핀은 우리나라 물리학자와도 인연이 있다.

그래핀 대량생산 방법 (출처 : 성균관대)

현재는 성균관대 이효영 교수가 개발한 그래핀 생산방법이 산업화에 가장 가까운 방법으로 여겨지고 있다. 미 컬럼비아 대학의 김필립 교수가 발견한 '반정수 양자홀 효과'는 몇 년 내에 노벨물리학상 수상이 점처지는 중요한 현상이다.[각주:1]


노벨 물리학상에 재미거리를 안겨준 나는 개구리

이그노벨상 수상 장면 (출처 미상)

안드레 가임 교수와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박사는 재미있게도 2000 년 이그노벨상 수상자이기도 했다. 강한 자기장으로 개구리를 공중으로 들어올린 실험이었다. 생체 조직은 강력한 자기장의 영향을 받는 반자성을 띄는 경우가 많다. 개구리도 반자성을 띄기 때문에 강한 자기장에 의해 뜰 수 있었던 것이다. (사람도 비슷하니까 혹시 공중에 뜰 수 있지 않을까?)

안드레 가임 교수와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박사의 연구를 살펴보면, 우리가 꼭 재미없다고 인식되는 과학을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봄직하다. 물론 지루한 공부를 반드시 해야 하는 경우도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기성 과학자가 예비 과학자인 학생에게 더 재미있는 과학을 접할 수 있게 해 주지 못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또, 그들은 물리학 실력 뿐 아니라 상상력도 가히 소설가 못지 않은 것 같다. 대부분 위대한 발견의 시작은 그들의 발견처럼 상상력에서 나온다는 것을 잊지 말자.


  1. 정수양자홀 효과는 1985 년, 분수양자홀효과는 1998 년 노벨상을 수상하였다. [본문으로]